비상사태 비상사태! 지금은 일회용품과 전쟁 중! 세계는 지금 바야흐로 제로웨이스트 시대를 맞이했다.
무분별한 쓰레기로 오염되어 아파하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각개전투를 펼치는 가운데,
이젠 꽤나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넓게 자리잡은 듯하다.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휴대하고,
배달 주문 시에는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저기서 탈(脫)플라스틱 실천을 위한 친환경 캠페인이 전개되고 요즘은 케이크 포장을 냄비에 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생기는 가치들에 대해 모두가 수긍하고 있는 듯하다.
종전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요즘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다회용기 시스템으로 이 판도를 바꿀 일회용품 담당 일진은 어떨까?
이 전쟁에 동참한 EMC가 첫 웹진의 주제 일회용품과의 전쟁에 초대한 트래쉬버스터즈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SPEAK UP #1. 일회용품 저격수,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It’s not a big deal! 일회용품을 줄이는 일? 시스템만 바꾼다면 별거 아니야”
2019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피스와 플라스틱 대한민국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이 1인당 소비하는 일회용품은 연간 11.5㎏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택배와 배달 포장재 등의 수요가 늘어나며 일회용품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로 아파하는 지구의 안녕을 위해 일회용품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요즘, 이 무시무시한 전쟁터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줄 막강한 전투인력은 없을까? 그래서 SPEAK UP의 첫 장을 장식해 줄 주인공으로 그를 PICK했다. 지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솔루션을 펼치는 유쾌하고 힙한 녀석들, 바로 트래쉬버스터즈의 수장 곽재원 대표다. 트래쉬버스터즈가 꿈꾸며 만들어가는 일회용품 없는 세상, 그 예쁘고 착한 문을 열어보자.
Q1. 트래쉬버스터즈는 어떤 일을 하나요?
트래쉬버스터즈라는 이름은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유령을 잡는 고스트버스터즈처럼 저희는 트래쉬버스터즈, 즉 쓰레기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일회용품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회용품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일회용품의 발생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는 다회용기 대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힙한 스타트업이에요.
▲ 영화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 2016)(왼쪽)와 트래쉬버스터즈(오른쪽) – 출처 : 트래쉬버스터즈 흡사 느낌이 비슷한 것이..일회용품 퇴치를 위한 정예요원 느낌이 물씬 난다.
Q2. 특히 축제 현장에서 다회용기를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유명한데요. 실제 이용객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통 축제가 끝나면 SNS에 "날씨가 어떻더라, 음식 맛집이더라, 어떤 아티스트가 좋더라"같은 후기들이 SNS에 올라오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축제에서 다회용품 용기 대여 시범사업을 처음 진행한 직후에는 한동안 SNS가 트래쉬버스터즈로 도배 됐었어요. "일회용품 없는 축제", "쓰레기가 하나도 없더라" 등등.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축제현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계속 가져왔던 것 같아요. 근데 다회용기를 일회용품처럼 편하게 쓰고, 버리는 대신 반납을 한다? 그러니 부담 없이 쉽게 동참할 수 있는 거죠. 거기다 일회용품보다 예쁘기까지 하니, 안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간혹 반납을 위한 디파짓(보증금)을 버리더라도, 저희 다회용기가 예뻐서 가져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웃음)
이게 바로 저희가 말하는 'It’s not a big deal'이에요. 트래쉬버스터즈의 슬로건이죠. "엇, 일회용품 줄이는게 별거 아니잖아?", "일회용품 없는 축제가 가능하네?". 사실, 시스템만 바꾸면 별거 아니거든요. 버리는 대신 반납한다. 이렇게 조금만 바꿔도 좋은 반응이 오니 저희가 힘이 날 수 밖에요.
▲ 트래쉬버스터즈가 함께하는 축제 현장 – 출처 : 트래쉬버스터즈 축제에 어울리는 힙한 감성이 가득하다.
Q3. 다회용기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요.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시나요?
트래쉬버스터즈가 환경기업이긴 하지만, 환경기업처럼 포지셔닝하고 싶진 않았어요. 사회적가치를 지닌 서비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사용하고 싶어할 만큼 예쁘고 힙한 패션브랜드처럼 고객에게 다가가길 원했기 때문에, 디자인 요소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구매한 셈 치고 보증금을 포기할 만큼 예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식기 – 출처 : 트래쉬버스터즈
Q4. 트래쉬버스터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2019년까지 저는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축제 기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관리하던 곳은 1년에 약 150만 명이 방문하는 곳이었는데, 축제나 행사가 끝나면 매번 나오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쌓여있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막막한 마음에 '이건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했던 적이 많았죠.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보니 카페 내 일회용품 금지 등 일회용품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저 권고 수준이었고, 시민분들에게 용기를 가져오라는 것도 딱히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다회용기를 대여해주고 세척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축제 기획자였던 저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분, 업사이클링 작가님, 브랜드 컨설턴트 등 여러 분야의 능력자들이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게 됐습니다.
Q5. 사업 초기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없던 서비스이다 보니 좋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도 있고, 시큰둥한 반응도 있었죠. 하지만 트래쉬버스터즈 런칭 후 기사가 나가면서 전국 각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전화만 받고 미팅만 다녔던 것 같은데요. 그만큼 일회용품 문제에 대해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이런 대체 서비스를 사용할 니즈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도 다양한 지자체, 기업들, 일반 고객분들의 요청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역시 나만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매번 하고 있습니다.
▲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그의 눈에서 확신이 보였다
Q6.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축제 등의 대면활동이 힘든 상황인데요. 준비 중인 다른 일회용품 대체 솔루션이 있으신지?
전국의 수많은 축제 현장이 트래쉬버스터즈 사업의 큰 타겟층임은 맞지만, 축제 현장 외에도 일회용품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자는 것이 저희가 가진 사명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익숙해진 요즘 일회용품이 특히 늘어난 곳이 있는데, 바로 배달 분야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배달 음식, 택배 등으로 인한 일회용품 쓰레기가 작년 대비 87%가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축제 시장에서 나오던 일회용품들이 배달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저희가 5년 후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배달 일회용품 문제 해결을 앞당겨 추진하고, 이를 위해 저희 모든 직원들이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다회용기가 정리되어 있다.(왼쪽), 트래쉬버스터즈의 회의 모습(오른쪽)
Q7. 배달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중국집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집 앞에 두면 배달원들이 수거해가는 시스템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가게에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에 다양한 다회용기를 일회용품 가격으로 대여해드리는 거죠. 배달 3사(쿠팡이츠, 배민, 요기요)를 통해 음식이 담긴 다회용기가 집으로 배달이 되면 고객분들이 사용 후 집 앞에 두시고, 그걸 저희 트래쉬버스터즈 수거팀이 수거한 후 세척하여 다시 가게에 납품해드리는 서비스입니다.
Q8. 배달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시면서 힘든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힘들죠. 그동안 진행했던 축제 행사장, 영화관 솔루션보다 복잡한 구조라 저희 힘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배달 앱, 점주분들, 이용객들, 용기 제작 관련 업체들,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두 협력하여 유기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모두와 이야기하고, 함께 동참하게 하는 과정 중에 있어 힘든 시기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도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를 통해 이런 일회용품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안 좋아하시는 분은 없었어요. 서로의 이익이나 경쟁의 문제가 아닌 '함께'에 대한 이슈임을 공감하는 거죠. 그래서 이 힘든 시기가 일회용품 문제 해결의 단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9. 다회용기 같은 경우 위생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위생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사용주기가 끝난 것들은 어떻게 처리하시는지 궁금 합니다.
용기 대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 맞습니다. 저희는 용기 수거 후 3단계의 세척과정을 거치고 살균까지 해서 밀폐된 용기를 다시 안전하게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제공 중인 다회용기 전량은 순환이 가능한 PP(폴리프로필렌)*소재인데요. 행사장에서 제공하거나 배달하는 과정에서 스크래치나 파손이 발생하면 다회용기 사용의 의미가 없어지고, 다회용기라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순 없기 때문에 순환해서 다시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PP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PP소재로 만들어진 다회용기를 여러 번 사용 후 손상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루로 만들어서 다시 원재료로 사용하는 자원순환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PP(Polypropylene) : 프로필렌을 중합하여 얻는 열가소성 수지. 폴리에틸렌, PVC, 폴리스타이렌과 함께 4대 범용수지에 속하며 비용과 환경 면에서 유리하고 인장강도와 충격강도, 내열성이 좋다.
▲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 출처 : 트래쉬버스터즈
Q10. 앞으로 트래쉬버스터즈 팀원분들과 함께 추구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으시다면?
트래쉬버스터즈의 미션이자 비전은 지구의 쓰레기 문제를 저희만의 방식인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현재 진행 중인 다회용기 외에도 다른 솔루션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이 완료된 것은 현수막입니다. (여기서 처음 말씀드리는 것인데…) 현수막의 잉크를 저희가 만든 잉크로 대여해드리고, 사용 후 반납하시면 잉크를 싹 지운 후 다시 새 현수막으로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이렇게 또 하나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가 됩니다. 이렇게 하나씩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저희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장에서 버려지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현수막, 배너, 인쇄물들이었고 '이런 것들을 또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는 거죠.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트래쉬버스터즈의 새로운 고민과 해결의 시작점이 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생각의 전환과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 트렌디하게 꾸며져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날 것만 같은 트래쉬버스터즈 사무실 내부(왼쪽)와 시선을 끌었던 일회용 3행시(오른쪽) 당혹스러운 패기가 느껴진다.
Q11. 마지막으로, "Speak Up" 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희의 슬로건이 'It’s not a big deal'인데요. 언어 그대로 시스템만 바꾸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다회용기를 씁시다!", "행사장 갈 때 용기를 가져가세요!" 등 일회용품 문제들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사용자에게 전달해왔지만,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일은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회용품처럼 편리하고, 저렴하지만 일회용품보다 예쁘고,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는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가 환영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죄책감은 버리고, 이 착하고 예쁘기까지 한 시스템에 동참해주세요. 이 시스템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한 트래쉬버스터즈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 만들기에 앞장서겠습니다.
일회용품처럼 편리한데 일회용품처럼 싸고 일회용품보다는 예쁜 다회용기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던 스픽업! 물먹은 종이에 물감 한 방울이 퍼지듯, 트래쉬버스터즈가 만들어나가는 친환경 다회용기 문화가 더욱 빨리, 더욱 많은 사람에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ditor. 혜지
타이타닉을 감명깊게 보고 가슴에 새긴 'make each day count'.
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잭 도슨처럼,
그저 '순간순간을 소중히' 살아간다.